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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이전 시간의 시작, 특이점, 다중우주론

by 과학톡톡 2025. 8. 4.

Big Bang

“빅뱅 이전엔 무엇이 있었을까?”는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보는 궁금증이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상당히 복잡하고 심오한 문제입니다. 빅뱅(Big Bang)은 약 138억 년 전,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시작된 순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작점 이전의 상태는 어떤 모습이었으며, 과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시간의 시작’, ‘특이점과 양자이론’, ‘다중우주론의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빅뱅 이전의 과학적 가설들을 살펴봅니다.

시간의 시작: 빅뱅 이전이라는 개념은 존재 가능한가?

우선 가장 중요한 전제는 ‘빅뱅이 시간의 시작이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하나의 구조인 시공간(spacetime)으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시공간은 빅뱅이라는 특이점에서부터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즉, 빅뱅은 단순히 우주 물질이 폭발한 사건이 아니라, 시간 자체가 ‘0’에서 출발한 기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빅뱅 이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기이기 때문에, ‘이전(before)’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입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무경계 제안(no-boundary proposal)’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빅뱅 이전의 우주는 시간 차원이 존재하지 않고, 유클리드적(곡선형) 구조를 가졌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빅뱅은 시작점이라기보다는, 남극점처럼 어느 방향으로도 더 내려갈 수 없는 경계 없는 점이라는 해석입니다. 이러한 이론은 일반 상대성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양자 중력 이론과 결합해야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간의 기원과 구조에 대한 완전한 이론은 없으며, 빅뱅 이전의 상태는 과학이 아직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이점과 양자이론: 고전 물리학이 멈추는 지점

빅뱅이란 우주가 무한히 작고 밀도가 무한한 특이점(singularity)에서 출발했다는 이론입니다. 특이점은 일반 상대성 이론이 유효하지 않은 ‘물리 법칙이 붕괴되는 지점’으로, 중력과 양자역학이 동시에 작용하는 극단적인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전 물리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양자중력(quantum gravity) 이론입니다. 양자중력은 중력까지도 양자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이론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끈 이론(String Theory)과 루프 양자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 등이 제안되어 있습니다. 끈 이론에서는 입자들을 점이 아닌 ‘진동하는 끈’으로 보고, 고차원 공간에서의 진동 형태에 따라 물질의 성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빅뱅은 우주의 시작이 아니라, 두 개의 고차원 막(brane)이 충돌하는 사건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 충돌이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우리 우주를 출현시켰다는 것이죠. 루프 양자중력 이론에서는 우주가 무한히 압축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 단위의 시공간에서 ‘반발력’이 생기며 다시 팽창하는 구조로 봅니다. 이 과정은 일종의 ‘바운스(Bounce)’로, 이전에도 수축하는 우주가 있었고, 지금의 우주는 그 반작용으로 팽창 중이라는 설명이 됩니다. 이러한 이론들은 모두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빅뱅 이전에도 어떤 ‘물리적 상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즉, 우주는 단절이 아닌 연속적인 진화의 일부일 수 있으며, 우리는 그 일부를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로 인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중우주론의 가능성: 빅뱅이 하나만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현대 우주론에서 흥미로운 가설 중 하나는 다중우주론(Multiverse Theory)입니다. 이 이론은 우리 우주 외에도 다른 우주들이 존재하며, 각각의 우주는 서로 다른 물리 법칙이나 상수를 지닐 수 있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다중우주론은 여러 형태로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영원한 인플레이션(Eternal Inflation) 모델입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하는 배경에서 거품(bubble) 형태로 개별 우주가 생성되며, 우리 우주도 그중 하나라는 설명입니다. 각 거품은 자신만의 시공간과 물리 법칙을 갖고 팽창과 진화를 거듭합니다. 두 번째는 양자 다세계 해석(Many Worlds Interpretation)입니다. 이는 양자역학에서의 확률적 해석에 기초해, 관측 가능한 모든 결과가 각각 분기된 다른 세계에서 실현된다는 개념입니다. 즉, 관측자의 선택에 따라 무수히 많은 ‘우주’가 분기되며 존재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세 번째는 브레인 우주론(Brane Cosmology)으로, 앞서 언급한 끈 이론의 연장선입니다. 우리 우주는 고차원 세계 속 3차원 막(brane)에 불과하며, 다른 차원에 다른 우주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이러한 다중우주 이론은 직접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빅뱅 이전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우주는 특정한 조건에서 생성된 하나의 결과일 뿐이며, 그 이전이나 그 밖에도 다른 우주들이 존재했거나 지금도 생성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는 과학과 철학, 존재론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빅뱅 이전엔 무엇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은 과학적으로도 깊은 함의를 지닌 주제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 자체가 빅뱅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 질문은 단순한 ‘이전’의 탐구가 아니라, 시공간의 본질과 물리 법칙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제입니다. 양자이론, 특이점, 다중우주론 등 다양한 과학적 접근은 이 미지의 영역을 설명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해답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인간의 과학적 상상력과 우주에 대한 탐구심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